얼마 남지 않은 퇴사를 앞두고 인연이 닿아 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퇴사를 선언한 그 순간부터퇴사를 결심한 이유를수십 번, 과장을 좀 보태면, 수백 번 말한다. 처음 퇴사를 결심했을 때 느꼈던 적나라한 감정들은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왜곡되고, 그럴싸하게 포장되어이제는 그 누구에게나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그저그런, 남들과 같은 이유 중 한 가지가 되었다. 말을 하면 할 수록 나는 원래부터 그랬던 사람이 되어가고,그렇게, 그게 마치 내 모습인 양 지내게 되었고,처음의 감정을 뱉어내는 일 보다는 아주, 아주 많이 편해졌다. 회사가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니라내가 여기 멈춰있을 수 없어서,멈춰버린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떠나는 것이다.세상의 수 많은 경쟁자들보다..
내가 퇴사를 결심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한 가지는(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인력 관리에 대해, 무능함을 넘어 치졸하기까지 한 리더의 존재였는데,(아직까진 익명이니까 써야징 더한말도 할 수 있따 흥)언젠가부터는 그가 사무실을 가로지르면서 내뱉는 웃음소리조차 듣기 싫어져서, 그 찰나의 순간을 버티지 못하고 조용히 자리를 뜬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의 가장 고쳐주고 싶은 말버릇은 '나 때는 더 심했어'와 '나도 힘들어' 였는데,업무량에 비해 사람이 턱없이 부족했던 우리 팀에서그에게 '힘들다'라는 내색을 하는 순간그 중 누군가 혹은 팀 전원이, 나 때는 더 심했어로 시작하는 똑같은 연설을 지겹도록 들어야했다.나중에는 그 얘기를 듣는게 뻔하고 지겨워서 입을 꾹 닫게 되었는데,우리에게 힘들다는 얘기를 못하게 하려는..
블로그를 처음해봐서 글만 썼는데, 글만 쓰니까 보기가 지루해서 사진을 넣어봤다 정리 못한 여행 사진들이,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처럼 엉켜서 뒤죽박죽 뒹굴고 있는데하나씩 하나씩 풀어봐야지 회사 생활에 익숙해진 어느 순간(생각보다 너무 빨리 찾아온)부터회사에서 요구하는 모든 일들이, 의무감에 진행하는 퀘스트들로 느껴졌다. 처음엔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몰라잔뜩 몸에 힘을 주어 긴장하며 하루를 보내고집에 돌아와서는 긴장이 풀려, 21시부터 신생아처럼 줄곧 잠만 자던 그 시간은 일기장에만 남아있다. 어렸을 때는 젓가락으로 콩 한톨을 옮긴 순간에도 뛸 듯 기뻐했고,받아쓰기 만점이라도 받는 날엔 동네방네 시험지를 들고 소문을 냈었다.좋아하던 노래를 친구들과 처음으로 화음을 쌓아서 불렀던 날은 온 몸에 소..
퇴사 D-15.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쓴다.SNS 조상님 싸이월드 다이어리 이후로, 생각을 공유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처음이라 꽤 낯설다. 글을 쓰는 것도, 읽는 것도글을 쓰기 위해 고민했던 시간들을 좋아했던 예전의 내 모습이 그리워져서무려 초대장까지 받아 티스토리에 계정을 만들어 보았다.삶을 기록하는 일은 매력적인 일이다. 열심히 써봐야지. 앞으로 퇴사에 대한 내 생각. 내 친구의 생각. 내 가족의 생각.그리고'퇴사'라는 사건 하나가 바꿔 나갈 내 인생에 대해 써볼까 한다.거창한 내용 없이 소소한 삶에 대해. 어쩌면 남들이 부러워할 수도 있는 멀쩡한 회사에서 멀쩡하게 월급받으며 다니다가정말 멀쩡한 건 뭘까 고민하다가진짜 멀쩡한 삶을 찾아 '일단' 퇴사를 한다. 뜨거웠던 인턴 2개월, 전환, 그리고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