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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던 날은 아직 생생하다.
그냥 퇴사하는 날이라고 하니, 괜히 하늘 사진도 한 번, 셀카도 한 번 찍었었는데
그것 말고는 그 어떤 것도 다르지 않았던, 평범한 아침이었다.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 날은 배터리 충전을 5번이나 했었다.
정말 오랜만에 서로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며,
동시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그 인연들에게 이별의 인사를 전했다.
3년 반이라는 시간이 짧지만은 않았구나, 새삼스레 느끼며
요란하고, 시끌벅적하게.
늦은 오후까지 사무실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었다.
마치 졸업식을 하는 것 처럼. 나 혼자.
학창 시절 졸업식이 그랬듯
오기 전에는 너무나 특별할 것 같았던 순간들이
막상 다가오면
허무하게 사라진다
많은 기대를 하면 그만큼 큰 허탈감이 찾아 올 거라는 건 경험으로 알고 있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내 눈 앞의 천장이 똑같은 모양과 똑같은 색깔이라는 것을 알아챘을 때도, 아주 조금 허탈했을 뿐.
살아가면서 기대하지 않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거기서부터 내 인생은 조금씩 좁혀지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기대의 힘에 조금 기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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